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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순 초대전
전시기간 : 2024.4.12. ~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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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흐르는 자연의 시간"
 
 
조각가 장백순의 작업은 자연 공간이 끊임없이 변화하듯이 질료의 다양성으로 변화를 추구한다. 그러나 그 변화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내면에 면면히 흐르는 그의 테제는 일관성이 있다.
초기작품 “꿈꾸는 새”에서는 무거운 돌처럼 세상에 대해 묵묵히 사유하고 실천하는 삶을 추구하라고 주문하였고, 무거운 돌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麻)를 소재로한 작품 “부유(孚遊)”에서는 돈, 명예, 권력, 욕심 등 세상에 부질없는 것들에 대해 일침을 가하며 마음을 비우라는 주문을 또 하였다. 그 다음 작업 “공(空)”에서는 마로 만든 속 빈 불두와 불상으로 부처의 깨달음의 메타포와 함께 사색과 성찰의 공간을 제공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골판지라는 재료로 “율(汩)”을 선보인다. 율은 다양한 뜻을 지니고 있는 단어이지만 여기에서는 “물이 흐르는 모습”을 의미한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순리대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막히면 돌아가고 기꺼이 낮은 곳에 머문다”라고 역설한 노자의 도덕경에서는 물을 최고의 선(善)이라고 하였다. 자연의 시간도 물이 흐르는 것처럼 도도하게 순환하며 그 시간에 따라 만물은 변화하고 생동한다.
장백순은 그동안 해온 공간 작업에서 벗어나 속이 비어있고 물결무늬로 가득한 골판지로 새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 재생 종이로 만든 골판지의 수 많은 골들은 수학의 사인, 코사인 곡선을 닮아있고 자연의 순환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는 평면에 드로잉한 것이 아니라 평면을 닮은 두 개의 공간에 자연의 시간을 표현한 것이다. 입체파들이 추구한 다시점(多視点)은 한 평면 위에 두 개 이상의 이미지를 표현하였지만, 장백순의 다시점은 평면처럼 보이는 하나의 공간에 두 개 이상의 공간을 부여한다. 두 개의 공간이 서로 다른 공간이지만 하나의 큰 공간 위에 존재하는 이중적 구조는 자신의 자연현상을 표현하는데 유리했으리라 생각한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가고, 하나의 시간에서 다른 시간으로 이동하면 자연은 그대로 있지 않다. 그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금색으로 만든 곤충의 집, 모래 언덕의 선, 박물관 주전자, 하늘에서 본 풍경, 멀리 보이는 산, 조개껍질, 산화된 철은 물이 흐르듯이 흐르는 자연의 시간을 거스르지 않고 있다.
 
장백순 조각가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글로벌 작가로 이번 전시를 통하여 청주의 관람객에게 새로운 현대예술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예술곳간에서의 전시를 쾌히 승락해 주신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4. 3
 
예술곳간 관장 문상욱